짐은 서로 나누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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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은 서로 나누어지는 것
  • 광주타임즈
  • 승인 2021.07.0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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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前 영암신북초등학교 교장 정기연=짐은 운반해야 할 물건이다. 손에 들기도 하고 등에 짊어지기도 하고 머리에 이기도 하며 손수레에 담아 끌고 가기도 한다. 남이 힘겨워 가지고 가는 짐을 같이 들어다 주기도 하며 차에서 짐을 내릴 때 서로 도와 주워서 돕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배려(配慮)에서 나온 아름다운 전통이고 자랑스러운 모습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들도 짐과 같아서 서로 도와서  쉽게 처리하고 있다. 집안일이나 직장에서의 일도 짐과 같아서 한 사람이 많이 지고 있으면  옆에서 도와주는 것이 아름다운 배려의 풍경이다. 국제화 시대에 외국 사람이 한국에 와서 감탄한 것은 명절 때 자녀들의 효성 심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러한 아름다운 풍경이 변해가고 있어 아쉬움이 든다.

장편소설 ‘대지’로 1933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펄 벅’ 여사가 1960년에 우리나라를 처음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그녀는 일행과 함께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경주 시골길을 지나고 있었다. 한 농부가 소달구지를 끌고 가고 있었다. 달구지에는 가벼운 짚단이 조금 실려 있었고, 농부는 자기 지게에 따로 짚단을 지고 있었다.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이상하게 볼 광경이었다. 힘들게 지게에 짐을 따로 지고 갈 게 아니라 달구지에 짐을 싣고 농부도 타고 가면 아주 편할 텐데... 통역을 통해 그녀는 농부에게 물었다.

 “왜 소달구지에 짐을 싣지 않고 힘들게 갑니까?” 그러자 농부가 대답했다. “에이,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저도 일을 했지만, 소도 하루 힘들게 일했으니 짐도 나누어서 지고 가야지요.” 그녀는 농부의 말에 감탄하며 말했다. “저 장면 하나로 한국에서 보고 싶은 걸 다 보았습니다. 농부가 소의 짐을 거들어주는 모습만으로도 한국의 위대함을 충분히 느꼈습니다.”라고 말했다. 당시 우리나라 농촌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지만, 그녀는 고국으로 돌아간 뒤 이 모습을 세상에서 본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었다고 고백했다.

비록 말 못 하는 짐승이라도 지극히 사랑하는 마음으로 존귀하게 여겼던 농부처럼 우리는 본디 작은 배려를 잘하는 민족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변해가고 있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이기적인 사고로 꽉 차 있지는 않은가! 내가 좀 손해 보더라도 서로의 짐을 나누어지고 함께 걷는 것. 말 못 하는 짐승이라도 존귀하게 여겼던 농부의 배려심을 닮아가는 것. 배려심이 부족한 지금 우리에게 강한 울림을 준다. 마음을 자극하는 단 하나의 사랑의 명약, 그것은 진심에서 나오는 배려이다.

삶의 좋은 습관은 교육에 의해 이루어지며 교육은 가정과 학교에서 하고 있다. 남을 돕고 부모에 효도하는 습관은 가정교육에서 이루어지며 학교 교육은 이를 연장하여 강화하고 있다. 오늘날 핵가족사회가 되면서 가정교육이 자녀 과보호에 젖어 어떻게 하면 자녀를 편히 살게 할 것인가에 관심을 두고 집에서도 할 일을 시키지 않는다.

집 안 청소는 가정부가 와서 하고 학교에서는 청소 시간은 사역 시간이 아니라 청소 교육 시간인데 청소 시간을 없애고 청소부가 하고 있으며 학생이 집에서부터 학교 교육 현장까지 해야 할 일(짐)을 자기가 하지 않고 남이 해 주는 환경에서 교육하는 자녀와 학생은 앞날에 배려라는 것을 모르게 될 것이다.

외국 사람이 한국에 와서 보고 느끼는 것은 한국의 평가다. 국제화 시대에 수많은 외국인이 한국에 다녀가면서 보고 평가하는 것은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는데 우리의 좋은 전통은 더욱 교육을 통해 강화해야 하며 나쁜 점은 시정해야 한다.

따라서 교육하는 가정과 학교에서는 자녀가 일을 많이 하면서 남을 돕는 배려의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

교육은 ‘인간의 백년지대계’ 라 했는데 지금의 교육을 잘못하면 그런 후유증은 100년 후에 나타나 사회를 병들게 할 것이다. 일하면서 남을 돕고 짐은 서로 나누어지고 가는 아름다운 습관이 들어야 더불어 행복하게 잘 사는 복지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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