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건은 감정을 생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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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건은 감정을 생성한다
  • 광주타임즈
  • 승인 2021.04.2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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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상담심리학 박사 최주숙=사건 경험은 감정 경험과 같습니다. 모든 사건은 자신이 알든 모르든 감정을 생성합니다. 상담을 하다보면 성장기 트라우마적 감정경험은 현재의 감정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어린 시절 아이는 어떤 사건을 경험했고 그 사건에서 무슨 감정을 느꼈을까요? 원하던 것이 어떻게 좌절되어 감정 상처가 되었을까요? 분명 아이는 존재 자체로 사랑받을 때 가장 큰 만족감을 느꼈겠지요.

하지만 원하던 소망이 때로 좌절되면서 결핍감으로 몰려왔을 것입니다. 감정은 자신이 충족하고 싶었던 욕구에 대한 반응이니까요. 어린아이의 욕구가 충족되었다면 사회 적응적인 감정 패턴이 만들어져 다양한 감정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심리적 상처를 어렵지 않게 회복합니다. 그런데 심한 결핍을 느꼈다면 그 시기에 고착이 되고 성인이 되어서도 그 결핍을 채우려는 시도를 무의식적으로 반복하게 됩니다.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약한 존재가 느낀 강한 결핍감이 감정 상처가 됩니다.

감정은 감정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개인이 느끼는 모든 감정은 새로운 생각으로 가는 통로입니다. 사람은 희노애락애오욕 모두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피치 못하게 상처 입고 또 회복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감정이 생성되면 부정적인 생각은 정화됩니다.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감정과 생각이 이처럼 서로를 보완하는 과정이 순환됩니다. 그러나 인지적 체계가 잡혀있지 않은 어린 시절은 이런 보완능력이 부족합니다.

예를 들어, 성인기에 부모에게 좌절했다면 ‘부모도 불완전한 인간’임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유아기 좌절감은 상처를 스스로 회복할 생각의 힘이 없기 때문에 강력한 상처로 남습니다. 정서적 돌봄이 필요한 생후 6년간이 감정 성장에 절대적인 이유입니다.

하지만 마음에 상처가 있다고 모두 힘들게 살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상처를 극복하면 더 깊고 넓은 사람이 되겠지요. 상처의 극복은 상처를 인정하고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자각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나무의 상처인 옹이에서 피톤치드가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 사람도 상처에서 타인 배려적인 생각과 감정이 새 잎으로 돋아납니다. 그런데 자기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면 상처받은 영혼은 위험해집니다. 상처를 타인에게 투사하기 때문입니다. 투사는 자기가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이나 결핍감을 타인에게 던지는 것을 의미하는데 흔히 공격성으로 나타납니다.

예컨대, 자신이 누군가를 이유 없이 미워하면 반대로 상대가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투사입니다. 자신이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사실이 괴로워 무의식에서 방어기제가 작동한 것이지요. 잘못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남에게 있다고 믿는 것이 훨씬 마음 편하고 죄책감도 피할 수 있으니까요.

타인은 나를 비춰주는 거울입니다. 모든 관계는 나를 던지는 투사로부터 출발하고 끝맺게 됩니다. 자기가 타인에게 느끼는 부정적 감정들이 상처에서 오는 투사라는 것을 자각하면 더 소통적인 사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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