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 죽인 농경지 리모델링…농민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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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 죽인 농경지 리모델링…농민 ‘분통’
  • 광주타임즈
  • 승인 2013.07.1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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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 심한 강산성 토질로 변성 2년째 벼농사 ‘스톱’
나주시 동강면 옥정들

16일 전남 나주시 동강면 옥정들. 마을주민 이동탁(42)씨가 영산강준설토로 리모델링이 된 논에서 죽어가는 벼를 보며 한 숨 짓고 있다.
[나주=광주타임즈] 윤남철 기자 = "농경지 리모델링을 통해 새 논으로 만들어 준다더니 논에서 악취가 풍기고 벼는 말라죽고 정말 분통이 터집니다"

16일 전남 나주시 동강면 옥정들. 영산강살리기사업 준설토를 이용한 전체 농경지 60㏊에 대한 리모델링이 끝난지 2년이 지났지만 농민들의 원망섞인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전체 농경지 중 눈으로 확인된 것만 10여 필지에 식재된 벼가 붉은 빛을 띠며 말라죽어 가면서 농민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마을주민 이동탁(42)씨는 "농경지 리모델링 후 수확량이 반 토막도 안 되게 준 것도 억울한데 올 해는 모를 심으면 죽어나가 일부 논은 모내기를 3차례나 했지만 여전히 생육이 부진하다"고 말했다.

이어 "멀리서 보면 정상적인 논도 깊숙이 들어가서 보면 군데군데 모가 죽어있고 벼 포기수도 새끼를 제대로 치지 못해 수확량이 반 토막도 안 되게 준 것은 당연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육부진과 벼가 붉게 타들어 가며 말라죽는 현상은 농경지 리모델링에 사용된 일부 준설토 토양성분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농어촌공사가 옥정들 10필지에 대한 토양분석을 나주시농업기술센터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적정 pH(수소 이온농도-수치 값이 작을수록 산성도가 높음)기준치는 6.0~6.5인데 반해 3.4~5.5로 분석돼 '강한산성'토양임이 밝혀졌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토양 염류농도(EC)는 '2이하'여야 하는데 3.9~4.6으로 나타나 두 배나 많은 것으로 분석돼 농사짓기에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도 농업기술원 토양검정팀 관계자는 "염류농도는 물 걸러 대기를 통해 개선할 수 있지만 '강산성' 토양은 객토 외에는 특별한 대안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나주시농업기술센터 토양검정팀 관계자도 "산성도가 상당히 높게 나타났고 이 정도 산성도에서는 사실상 벼농사가 부적합하다"고 진단했다.

토양분석 결과를 뒷받침 하듯 벼가 말라죽어 가고 있는 논의 논둑에는 풀 한포기도 제대로 자라지 못한 채 하얀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마을이장 신근현(48)씨는 "모든 원인은 준설토에 있다. 논에서 풍기는 악취 때문에 농작업이 힘들 정도다"면서 "작년 첫 모내기 때는 불도저로 평탄작업이 끝난 탓에 논을 갈아엎지 않고 모를 바로 심었지만 올해는 논을 깊게 갈고 모를 심어 문제의 준설토가 위로 올라와 벼농사를 망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을주민들은 이 같은 문제가 농어촌공사가 사업설명회 당시 약속한 대로 농경지 리모델링을 하지 않아 빚어진 결과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마을 주민 김동탁(42)씨는 "농어촌공사는 사업 전 주민설명회 당시 기존 농경지의 질 좋은 표토층 30~40㎝를 걷어내 따로 보관한 뒤 준설토로 지반을 높이고 다시 기존 표토층을 덧씌어 주기로 했는데 이 같은 약속을 뒤엎고 시공해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주민들은 "올해 발생된 문제만을 단편적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되고 옥정들 전체 농경지 60㏊에 대한 전면 객토와 수확량 감소에 따른 영농 손실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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