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감정 조장 ‘광주 비하’ 또 고개

“광주 도로에 인공기 펄럭” SNS 등에 잇따라 글 올라 조기대선 등 앞두고 일베 중심 허위사실 유포 확산세

2017-01-04     광주타임즈
[광주=광주타임즈]박선옥 기자=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으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호남을 비하하고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글과 사진이 인터넷과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에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5·18 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왜곡하고 '홍어 종자 절라디언들은 죽여버려야 한다' 등 광주 시민과 호남 출신 인사를 비방하는 글을 인터넷에 여러 차례 올리며 지역감정을 부추긴 '좌익효수' 사태가 또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이날 오후까지 페이스북과 트위터, 일부 인터넷 게시판에는 '광주 중앙로 도로에 북한 국기를 달아놓았다'는 글과 북한의 인공기 사진을 첨부한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앞선 3일 경찰이 페이스북 계정에 '사실이 아니다. 글과 사진은 2014년 9월께 경기도 고양시 일산 동구 중앙로에 인천아시안게임 참가국의 국기(북한 인공기)를 국제 규정에 따라 게양한 것으로 광주 중앙로와 무관하다'며 유언비어 확산 자제를 당부했지만 문제의 글과 사진은 여전히 인터넷과 SNS에 떠돌고 있다.

게시물에는 '전라도 빨갱이' '홍어족들은 북조선에 살고 있다' '태극기에 눌린 종북들이 발광을 한다. 광주에서 인공기가 펄럭인다' 등 광주와 호남을 비방하는 글이 첨부돼 있다.

경찰은 페이스북에서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의 주소를 공유해둔 글을 확인한 점을 토대로 최초 허위 사실 유포가 일간베스트에서 이뤄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비방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아 수사에 나서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광주 비하는 특히 일베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전남=강간마 홍어들'이라는 글에서 '전남은 광주부터 저 밑에 신안 염전까지 폭동, 납치 살해, 성노예, 염전노예, 폭행 살해, 부모들의 교사 살해, 역적 범죄자 후예들, 인간 이하 금수 지역'이라며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내보이고 있다.

고(故)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거나 '전라도라서 활동하는 연예인 리스트'라며 김제동과 윤도현 등을 폄훼하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경악)반드시 국정교과서를 해야만 하는 이유'라며 광주교육청이 자유학기제 교재를 통해 '평양을 세계적인 계획도시와 전원도시로 미화' '망경대학생 소년궁전을 미화' '군축을 하면 복지할 수 있다' 등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는 고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가 '오는 7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43세 연하의 외국인과 결혼을 한다'는 글이 공유되고 있다.

기사 형식으로 작성된 글은 '김대중 아시아 태평양 재단측이 지난 1일 이 같은 내용의 특별 브리핑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 '이제는 그분의 행복을 빌어주어야 할 것. 이희호 여사는 결혼 후에도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발전의 상징으로 남을 것'이라는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의 발언도 실었다.

김대중평화센터 측 등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5·18민주화운동을 북한군의 소행이라고 주장해 사자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된 지만원(74)씨는 인터넷에서 여전히 5·18역사 왜곡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 동안 지씨는 5·18을 북한 특수군 600여명이 광주 시민으로 위장 침투해 일으킨 폭동이라고 주장해왔다. 최근에는 사진첩 '5·18 영상 고발'을 제작해 이 같은 주장을 인터넷 등을 통해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5월 단체 관계자는 "지난 대선 때 광주와 호남을 고립시키기 위해 지역을 폄하하거나 역사를 왜곡하는 세력들이 다수 활동했지만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또 다시 허위 사실 등을 유포해 선거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 같다. 법적인 조치로 사전에 이 같은 문제를 잠재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