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무상교육 일몰 코앞…“당국 논의 지지부진”
교육부, 민주 백승아 의원에 “교육감협 의견서 없어” 교육부 “다른 법률에 근거 있어…무상교육 이어져야” 백승아 “정부, 재정 부담 외면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광주타임즈] 고등학교 무상교육 재원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시도교육청이 분담하는 법적 근거가 올해 말 사라지는데, 교육부와 교육감들은 아직 논의에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 받은 자료를 보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교육감협)는 교육부에 무상교육과 관련된 어떠한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는 지난달 4일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고등학교 무상교육 예산을 지난해 정산분인 52억6700만원만 편성했다. 액수만 보면 99.4% 감액됐다.
이는 무상교육을 중단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예산 편성 관련 법적 근거의 효력이 올해 12월31일 만료되기 때문이라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제14조로, 국가(국고)와 교육청(교육교부금) 각각 47.5%, 지방자치단체가 5%를 나눠 마련하도록 한다.
국회에는 현재 해당 조문의 기간을 연장하거나 영구 존치하는 법 개정안 3건이 발의 돼있으나, 정부나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제출한 법안은 전날 기준 없었다.
정부·여당은 무상교육 운영에 대한 법적 근거는 초·중등교육법에 분명히 있는 만큼, 무상교육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없다는 것은 과도한 공세라는 입장이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10조의2는 고교 입학금,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서 구입비는 ‘무상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학교는 학생과 보호자로부터 이를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되, 사립학교에 한해 예외로 한다.
교육부는 백 의원에 이렇게 설명하면서 “고등학교 무상교육은 계속 시행돼야 한다”고 보고했다. 다만 구체적 재원 조달 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향후 지방교육재정 여건과 전망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회, 관계부처, 교육청과 함께 재원 조달을 협의하겠다”고만 했다. 지난달 29일 동일한 취지의 설명자료를 냈던 바 있다.
이처럼 무상교육이 정쟁 소재로 소모되고 있으나 재원 분담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아직 실종된 상태다.
고교 무상교육에는 국고와 교육교부금, 지방비를 포함해 올해 2조원에 가까운 재정이 투입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교육부가 백 의원실에 제출한 추계 자료를 보면, 고교생 추정 규모에 1인당 지원 단가(160만원)을 고려하면 총 1조9889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국가와 지자체 부담액(52.5%)은 1조442억원이다. 시도별 지원금도 학생 수에 비례해 경기가 3182억원으로 가장 많고 서울이 1912억원이다. 이어 ▲인천 673억원 ▲부산 650억원 ▲경남 594억원 등 순이다.
문제는 황금돼지해(2007년생) 출산 붐 영향으로 내년 고교생이 올해 124만3000명에서 124만4000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데 있다. 이대로 무상교육 재원 분담 계획이 정해지지 않으면 교육재정 부담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교육청들은 지자체에서 전입 받고 있던 담배소비세분 지방교육세도 이대로 가면 내년부터 못 받는다. 지방세법 제151조가 올해 12월31일 만료되면서, 세액의 43.99%를 지방교육세로 넘기는 법적 근거가 사라진다. 지난 2022년 결산 기준 1조5970억원 규모다.
정부와 재정 당국은 교육청들이 쌓아 놓은 기금이 풍족하다는 입장이지만 교육계 관측은 비관적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세수 재추계 결과 최대 5조3000억원의 교육교부금이 줄어들 것으로 관측됐다. 교육청들이 쌓아 둔 ‘재정안정화기금’ 조성액은 지난해 6724억원으로 전년 9조443억 대비 급감했고, 사용액은 2조6575억원으로 전년(4719억원)보다 늘었다. 올해도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기금이 고갈될 수 있다.
백 의원은 “고교 무상교육은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무성과 국정 철학이 담긴 중요한 정책인 만큼 윤석열 정부가 그 재정 부담을 외면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교육재정의 부담이 더 이상 가중되지 않도록 교육청도 고교 무상교육 예산 분담 논의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