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배려라는 건 없다
[기자수첩=광주타임즈] 박수현 기자=“임산부 배려석에 앉으셨습니다. 임산부가 아니라면 자리를 양보해 주시기 바랍니다” 광주 지하철 차내 임산부 배려석 알림 센서 음성이다. 2022년 9월 광주도시철도공사가 임산부의 편의를 위해 준비한 임산부 배려석이다. 불과 1년 전, 광주 시민의식은 교통약자에 대해 배려하는 마음이 당연시됐다. 하지만 현재 임산부 배려석에 안내 음성이 흘러나와도 거리낌 없이 착석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말리기는커녕 관심조차 두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 교통약자 배려석의 의미를 정확히 인지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듯하다. 교통약자란 이동편의 증진법 제2조 제1호로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어린이 등 일상생활에서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으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지하철 차내의 교통약자 배려석은 고령자 전용석으로 인식됐고, 어린이나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은 되려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지하철 차내에선 지하철 에티켓에 대해 수시로 안내방송을 하지만, 기본적인 광주 시민의식도 부족해 보인다. 흔히 볼 수 있는 비매너의 행태는 착석 시 다리 꼬기, 옆 사람이 불편해도 다리를 쫙 벌려 앉기, 큰 소리로 전화 통화하거나 옆 사람과 시끄럽게 대화하기, 착석 후 본인의 물건을 옆자리에 올려 다른 사람이 착석 못하게 막기, 착석 후 다리를 통로 쪽으로 쭉 펴기, 지하철 승·하차 시 입구 앞에 막아서서 비켜주지 않기 등 가장 흔히 목격된다. 더 나아가 간혹 차내에서 도시락을 먹거나 핸드폰 볼륨을 높이고 음악을 크게 들으며 따라 부르기까지 한다.
현재 지하철을 이용하는 광주 시민의식 수준의 현실이다. 광주교통공사에 따르면, 일평균 이용객은 2004년(녹동-상무)에는 3만 명, 2008년(녹동-평동)에는 4만 3000명, 2023년(녹동-평동)에는 4만 6000명이 이용한다. 서울이나 부산에 비교하면 턱없이 적지만, 곧 2호선이 개통한다면 이용률은 반드시 증가한다. 아직은 어떤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인지 몰라도 조용히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후에 2호선 개통 후 이용률이 증가한다면 반드시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아이가 걸음마를 배워가듯이 광주 시민의식 또한 차근차근 배워가며 배려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세상 어디에도 ‘나’를 위한 배려라는 건 없다. ‘나’라는 자신부터가 반성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언젠가는 다른 누군가로부터 배려받는 따뜻한 사회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