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의 위기와 전기요금 인상

2023-09-21     광주타임즈

[기자수첩] 사회부 유우현 기자='한전 수익성 악화’는 지루한 주제다. 지난 몇 년간 정치권에서 질리도록 써먹어서다. 나올 말들도 뻔하다. 독자들은 눈 감고도 읊을 게다. 그럼에도 ‘한전 위기’ 어쩌고 하는 근엄한 소리를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지난 20일, 김동철 한전 신임 사장이 취임식에서 전기요금 인상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이날 위기 극복을 위해 ▲해상풍력 ▲원전 수출 ▲에너지 플랫폼 사업 등과 함께, ‘전기요금 정상화’를 강조했다. 

한전 힘든 거, 다 안다. 생활과 산업에 필수적인 공공기관이지만, 탈원전 정책과 국제유가 폭등 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누적 적자만 47조원에 달한다. 부채비율도 600%에 육박한다. 곡소리 날만도 하다.

그러나 전기요금 인상은 또 다른 문제다. 국민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특히 ‘전기요금이 비정상적이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전기요금은 다른 공공서비스와 비교해도 비싸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22년 8월 기준으로 가정용 전기요금은 1kWh당 93.3원이다. 이는 수도요금 1kWh당 18.9원이나 도시가스 요금 1kWh당 32.7원보다 훨씬 비싸다. 또한 전기요금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2020년 기준으로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정용 전기요금은 한국이 평균보다 14% 높고, 산업용 전기요금은 한국이 평균보다 26% 높다.

전기요금 인상은 국민들 경제 부담을 늘리고 소비심리를 위축시킨다. 에너지 절약과 탄소 감축과 같은 국가적 목표와도 상충된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해 에너지 효율이 높은 신재생에너지로 전환을 저해할 수 있다. 또한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보다 에너지 생산을 늘리에 치중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전기요금 인상은 한전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한 단기적인 조치일 뿐이다.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한전은 자 역할과 책임을 되돌아보고, 구조적인 개선과 혁신을 통해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 김 사장이 이번 취임식에서 강조했듯, ‘신재생에너지 사업, 원전 수출, 에너지 플랫폼 구축’ 등에 집중하는 전략도 방법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전력공급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이고, 전력수요 다양성과 유연성을 확보하고, 전력시장 공정성 및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

한전은 ‘국민을 위한 공공기관'이다. 요금 인상에 앞서, 국민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국민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 공공기관이 국민 존중과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뭐 얼마나 남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