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곳이 없다
[광주타임즈=광타춘추]박상주 주필=삼계(三界)가 화택(火宅)이라는 세상이 온통 불구덩이 같구나. 어느 한곳 쉬어 갈 곳이 없고 머무를 곳이 없다.
이는 내 가슴이 타고 이웃이 타고 세계가 타고 있기 때문이다.
욕심으로 타는 불, 욕망으로 타는 불, 더 얻고 더욱 구하려는 마음으로 타고, 놓치지 않고 빼앗기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타고, 저 혼자만이 갖고 저만이 누리려는 마음으로 타는 불, 서로 원망하고 미워하며 질투하여 타는 불, 외롭고 서러워서 타는 불, 동서남북에 불이 탄다.
고뇌의 불과 욕구불만의 불이 탄다. 바람이 불고 태풍이 일어난다. 원망의 바람 저주의 태풍이 불어 온다. 서로 믿고 당기어 바람 잘 날이 없다.
어느 하루 편안한 날이 없는것 같다. 역사의 시작에서 미래의 끝까지 인간이 머무는 곳에는 다 마찬가지다. 탐욕의 늪 속에 허우적거리고 분노의 불길에 쌓여서 어리석은 망상의 헛된 꿈을 버리지 않는 한 그 무서운 불길을 피할 수가 없음이라.
마당에 타는 불은 물이면 끄고, 불어온 강바람은 담장으로 막을 수가 있으나, 가슴에 타는 맘의 불은 무엇으로 끄고, 끝없이 몰아치는 맘의 태풍은 무엇으로 막을 것인가.
돈이면 다 된다는 그 황금의 힘으로도 끌수가 없슴이다. 천하를 호령하는 권세의 힘으로 막을 수가 없다. 술과 노래, 꽃과 여자의 손깃으로도 그 불과 바람을 잠재울 수가 없다.
스스로 지른 불은 스스로 꺼야 한다. 제 가슴에 타는 불은 제 가슴으로 꺼야되고, 맘의 불은 마음으로 꺼야 한다. 자기를 다스릴 사람은 바로 자기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찌기 우리의 선조들은 가람과 사원을 세심소(洗心所)라 했다.
마음을 닦는 곳이라는 뜻이다. 청정도량이라 하기도 했다. 깨끗한 마음을 닦는 도장이다.
애욕과 증오에 불타고 더러워진 마음을 닦는 수도장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이 도장은 그 어느 것을 가리거나 차별함이 없이 모든다 받아 드리고 모두를 환영하며 어느때 누구이거나 제집같이 오고 갈 수가 있으며, 머무를 수가 있어서 주인이 된다 했다.
가람은 본시 주인이 따로 없고 담장과 문패와 등기가 없는 곳이었다. 이는 저 목욕탕과 같고 해수욕장과 같으며 바다와 같아서 빈손 알몸으로 빈맘으로 찾아야 하고 빈맘으로 머물며 무념·무사·무아의 빈 마음으로 도를 닦는 곳이다. 나만의 세계, 나만의 욕심으로 스스로를 불태우고 괴로워하는 오늘의 우리들은 가람을 찾아 그 마음을 쉬고 그 마음에 일어나는 애욕과 갈등의 불을 꺼야 한다. 제 육신으로 가람을 삼고 마음의 도량에 문을 열어야 한다. 우리의 가람도 그 본래의 사명과 기능을 다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