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기준금리 '동결' 무게

새 정부의 내각 완성되는 4월 인하 가능성

2013-03-10     광주타임즈
오는 1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조정 가능성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異見)이 분분했다.
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국내경제의 더딘 회복세에 대한 우려로 '인하'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전문가도 제법 많았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이후 넉달 연속 동결해, 현재 연 2.75%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10일 뉴시스가 금융시장 전문가 11명에게 3월 기준금리 향방을 물어본 결과, 전체의 72.7%(8명)가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27.3%(3명)이었다.
금리 동결에 베팅한 주된 이유로는 지난달과 비교할 때 대내외 경기여건에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정부조직 개편안 대치로 새 정부의 내각 구성이 완료되지 못한 것도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췄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금리를 내리려면 국내경기가 추가 침체되거나 세계경제의 어려움이 강화돼야 하나 1, 2월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지출 자동삭감(시퀘스터, sequester) 발동과 이탈리아의 정정 불안에 따른 영향력도 제한적이라고 봤다. 전 연구원은 "대외적 문제가 지속되더라도 우리나라에 영향 미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기홍 외환은행 경제연구팀 연구위원은 "해외 상황이 간접적인 악영향이 있을 뿐, 당장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게 아니다"라며 "새 정부 내각 진용이 완비된 4월에나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윤여삼 대우증권 연구위원도 "새 정부의 출범 지연으로 정책방향의 틀을 잡기가 힘든 상황"이라면서 "김중수 총재가 일본중앙은행(BOJ) 등 대외정책 요건이 중요하다고 여러 번 언급한 점은 금리 인하 분위기를 다음달로 이월시키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박혁수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새 정부가 정부 조직법의 국회 계류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현 시기에 금리 조정은 정책공조 측면에서 적정치 않다"며 "한 달새 금융통화위원 간의 견해 차이도 크게 좁혀질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금통위원들의 금리 조정 필요성에 대한 온도차가 심한데다, 금리 인하가 실제 경기부양 효과로 나타날 지에 대한 확신도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지난 1, 2월 7명의 금통위원 중 하성근 위원만 유일하게 "미국과 일본 뿐 아니라 인도·콜롬비아·터키 등 상당수 신흥국이 추가 금융완화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금리 인하를 주장했다.
오석태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의 경기부양 의지가 낮다. 정부의 강력한 권유가 있기 전까지는 금리 인하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성장률이 발표되는 2분기 중 금리가 하향 조정될 것으로 봤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2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인하에 보수적 인상을 풍긴다"면서 "금리를 낮추는 것만으로 가계부채 부담이 줄거나 중소기업에 제대로 돈이 흘러 들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점에서 총액대출한도 확대 등 재정정책을 우선 쓰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금리 보다는 토빈세 등 미시적 통제를 가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내놓은 전문가는 또 있다.
유재호 키움증권 연구원은 "토빈세와 추경을 먼저 시행한 뒤 금리를 내리는 게 순서상 맞다"며 "중장기적인 안정 도모를 위해 3월에는 동결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새 정부와의 '폴리시 믹스(policy mix)'를 감안해 4~5월께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폴리시 믹스란 정부의 재정정책과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조합을 의미한다.
임 연구원은 "재정과 통화 정책은 같이가는 게 효과적"이라면서도 "새 정부의 구체적인 재정정책이 나온 뒤인 4월 이후 금리를 낮추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대로 이달 금리가 떨어질 것이란 시각도 있다. 내수 진작이라는 금리 인하 유인이 크다는 것이다.
염상훈 SK증권 연구위원은 "경제지표가 워낙 나빠 인하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1월 생산·소비·투자가 전월대비 동반 감소하고, 2개월 연속 올랐던 경기선향지표가 반락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전산업생산은 전월대비 0.7% 줄어들었다. 광공업의 낙폭이 -1.5%였고, 수출 부진을 겪은 제조업과 내수가 위축된 서비스업은 각각 1.1%, 0.9% 하락했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전월대비 0.2포인트 하락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도 "경기가 뚜렷하게 좋아지는 신호가 나오지 않고 있는데다 유럽 불안 재현·미 시퀘스터 발동 등 대외 불확실성도 커졌다"면서 "1, 2월에 비하면 3월 인하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이달 0.25%포인트 금리를 낮춘 뒤 연내 동결을 점쳤다.
김지만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를 거론해 온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현오석 원장이 경제부총리로 내정된데다 미국의 시퀘스터 발동을 비롯한 경기 하방요인을 고려할 때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가 과감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3월 금리를 내린 후 2분기 중 한 차례 추가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