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권 위협' 양돈농가…대책마련 시급

정부 수급조절 실패·생산성 향상 돼지價 폭락 적자폭 최고… "정부 적극 개입해야" 한목소리

2013-03-06     광주타임즈
"작년 9월부터 이어진 가격 폭락으로 적자가 산더미처럼 쌓여 소규모 양돈농가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습니다. 양돈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 온 것 같습니다"

장기화의 길로 접어든 돼지가격 폭락은 정부의 수급조절 실패와 생산성 향상에 따른 공급과잉, 경기불황에 따른 소비부진 등으로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영세 양돈농가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6일 오전 전남 나주시 봉황면 황룡리의 한 양돈장. 돼지를 길러온지 40년이 됐다는 최희태(65·대한양돈협회 부회장)씨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돼지 2500마리를 사육 중인 최 씨는 "월평균 적자가 3000~3500여 만원에 이른다"며 "돈 되던 양돈업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9월 추석 전후 ㎏당 4500원이던 지육가격은 현재 2900원대로 급락했다. 110㎏ 기준 돼지 한 마리의 출하가격도 34만원에서 22만원 대로 폭락해 돼지를 키우면 키울수록 농가의 적자폭은 늘어만 가고 있다.

최 씨는 "돼지 한 마리를 출하하기까지 들어가는 평균 사료값만 18만5000여 원인데, 여기에 방역비, 인건비, 시설투자비를 빼면 남는 게 하나도 없다"면서 "그렇다고 살아있는 돼지를 굶겨 죽일 수는 없지 않느냐"고 탄식했다.

정부가 고시한 돼지의 평균 생산원가는 ㎏당 3800원이다. 하지만 양돈농가들은 4300원 선을 적정선으로 주장하고 있다.

대한양돈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최 씨는 "구제역 이후 ㎏당 7000원까지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가 가격안정 조치로 미국과 유럽등지에서 돼지고기 230만t를 수입해왔고 이중 90만t은 무관세로 들여와 시장에 공급했는데 아직도 수입물량이 유통 중에 있어 가격 폭락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냥 정부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구제역 사태 이후 가격이 급등하자 무분별하게 사육두수를 늘린 양돈농가들은 현재 자성의 목소리를 내며 농가별 모돈 10%감축운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양돈을 대규모로 하고 있는 축산 브랜드들이 감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줘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라고 최씨는 전했다.

놀이공원 롤러코스트처럼 '올랐다 내렸다' 춤추는 돼지고기 가격 안정을 위한 최 씨의 주문이 이어졌다.

"㎏당 2900원대까지 폭락한 돼지 가격을 안정시키고 영세한 양돈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수입물량을 줄이고 수매제를 도입해 평균생산 원가로 고시한 3800원선을 보장해 줘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는 또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삼겹살은 미국과 유럽등지에서는 인기가 없어 우리가 수입해 오고 있는데, 반대로 그들이 선호하는 등심은 국내에서 남아 돌고 있다"며 "잉여 부위를 전략적으로 수출해 가격 밸런스를 맞출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주=허영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