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선수권 '공문서 위조' 쟁점은?
사인 도용 실무자ㆍ윗선 개입따라 피고발인 결정 문화부 조치 시점 적절성ㆍ국비지원 여부도 관건
2013-07-22 광주타임즈
무엇보다 공문서 위조가 어떤 형태로 이뤄졌고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은 어디까지인지가 주목된다. 또 문화부의 고발 방침이 수영대회 개최지 결정 임박 시점에 나온 배경과 향후 국비 지원 여부에 촉각이 모아진다.
◇공문서 위조 공방
문화체육부가 문제삼고 있는 공문서는 지난 4월2일 '2019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위원회'가 국제수영연맹(FINA)에 제출한 유치신청서 초안(PDF) 중 ‘정부 보증서’다.
그 내용에는 '한국 정부가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1억 달러(1000억원)를 투자했던 전례처럼 수영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동일한 방식의 지원을 할 것이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이 보증서엔 당시 김황식 국무총리와 최광식 문화부장관의 사인도 들어 있었다.
문화부는 이 문구와 사인이 위조됐다며 공문서 위조 혐의로 고발할 뜻을 밝혔다.
당초 김황식 전 총리가 서명한 '대한민국 정부 보증서'에는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해 모든 협력과 지원을 제공하고 대표단의 비자발급과 자유로운 입출국, 세관통과, 의료및 안전 보장 등을 보증한다"는 문구만 있지, 대구육상대회 전례나 1억 달러 지원 내용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문구는 왜 포함됐는가.
광주시 설명에 따르면 유치신청서 제출을 앞두고 국제컨설팅사인 스위스 로잔의 TSE사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정부보증서를 딱딱한 문서보다는 서한문 형태로 대구지원 사례까지 포함해 제출하는게 좋겠다'는 의견을 듣고 해당 실무자가 보증내용을 일부 가필했다는 것이다.
또 당초 보증서에 서명된 국무총리의 사인을 '스캔'해 유치신청서 초안에 실었다.
따라서 유치신청서 초안이 일부 가필되고 국무총리나 문화부 장관의 서명이 도용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후 FINA에 제출된 서류는 모두 수정됐고 국무총리실이나 문화부도 이 같은 내용을 모두 알고 있었다는 게 광주시의 입장이다.
지난 4월29일 FINA의 현지실사를 앞두고 국무총리실이 이 같은 오류를 지적했고 이후 현지실사단에 제출된 중간본과 6월17일 FINA에 제출된 유치신청서 최종본에는 '대한민국 정부 보증서' 원본이 첨부됐다는 것이다.
또 국무총리실은 지난 5월7일부터 이틀 동안 광주시와 유치위원회 등에 대한 조사를 벌여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사안에 대한 법적 책임 여부가 관심이다.
문화부는 공문서 위조 혐의에 대해 고발 방침을 밝혔지만 피고발인이 유치위원장인 강운태 시장이 될 것인지, 아니면 유치위원회가 될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강 시장과 광주시는 단순히 실무자의 실수라는 입장이어서 그 책임이 유치위원장에게 포괄적으로 적용될지도 의문이다.
다만 국무총리의 사인을 도용하고 핵심 내용을 가필한 행위가 하위직원 실무자의 판단으로 이뤄졌겠느냐는데 대해서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결국 공문서 위조 행위가 어느 선까지 보고돼 이뤄졌는지 여부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부 조치 시점 적절성
문화체육부의 고발 방침이 전해진 것은 지난 19일 2019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최지 결정을 불과 5시간여 앞둔 시점이었다.
문화부나 국무총리실이 지난 4월 공문서 위조 사실을 처음 파악했고 5월에는 총리실의 조사까지 이뤄졌는데 왜 하필 개최지 결정 당일 문제가 불거졌는지 의문이 일고 있다.
광주시는 문화부의 조치에 의도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개최지 결정 당일 시점을 택한 것은 유치 확정 이후를 예상해 국비지원이나 분쟁의 책임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정치적 의도까지 거론하고 있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최종 프리젠테이션을 불과 몇시간을 앞두고 이 문제가 불거져 당황스럽고 한편으로는 개탄스러웠다"며 "법률적, 도적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말했다.
국회 국제경기특위 위원장인 민주당 김재윤 의원은 "문화부가 이미 알고 있었던 국내사안을 이제와서 국제적으로 문제삼는 것은 지혜롭지 못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문화부 측은 자치단체장들이 자신의 치적을 쌓기 위해 무리하게 국제행사를 유치하려는데 대해 제동을 걸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광주시측에 이미 수사의뢰와 재정 미지원 입장을 밝혔고 광주시는 이를 19일 개최지 결정 이후로 미뤄줄 것으로 요청해 받아 들였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언론이 취재해 며칠 뒤 밝혀질 것을 숨길 수 없어 공개했다고 문화부 관계자는 밝혔다.
◇국비지원 여부
공문서 위조 논란의 파급력이 큰 것은 법적인 책임과 함께 향후 수백억원대 국비지원이 이뤄질 수 있느냐 여부 때문이다.
열악한 지자체 재정형편상 국비지원 없이 국제대회를 치르기는 버거운 일일 뿐만 아니라 재정부담도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예상되는 대회 개최 예산은 총 1000억원대. 이 가운데 30% 가량이 국비로 지원되는 게 그동안의 관례였다.
문화부는 불법적인 문제가 불거진 만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대한 국비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미 지자체에 지원할 국제행사로 올림픽과 월드컵, 유니버시아드, F1대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5개 메이저급만 한정해 놓고 있기도 하다.
광주시와 문화부의 갈등이 점차 증폭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향후 예산지원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반면 광주시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단순 지자체 행사가 아니라 국익을 앞세운 국제행사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대회 유치 과정에서 이미 기획재정부나 문화부가 최종 승인해 이뤄졌다는 점도 배경에 깔고 있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국비지원이 정부의 의지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정부와 오해를 풀고 설득해갈 것이다"며 "대회가 2019년에 개최되는 만큼 국회 등을 통해 예산확보 노력을 기울이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