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시티 탈락…장흥 주민들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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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시티 탈락…장흥 주민들 '멘붕'
  • 광주타임즈
  • 승인 2013.07.0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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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증 실패 모른채 홍보잔치 준비하다 '날벼락'
군의원 "郡, '군정질의 고의적 누락' 은폐 의혹"
[장흥=광주타임즈] 서영진 기자 =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였지만 이제는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 재인증에서 탈락한 전남 장흥군.

7일 오전 장흥군의 슬로시티 마을 유치·장평면 일대 주민 대부분은 슬로시티 재인증 탈락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장흥군이 국제슬로시티연맹으로부터 재인증 탈락 결과를 문서로 받은 것은 지난 6월9일께.

슬로시티 회원 자격을 상실한 군은 오는 9월초부터 슬로시티 로고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또 로고가 들어간 시설물도 철거해야 하며 로고를 활용한 홍보도 금지된다.

하지만 슬로시티 주민들은 이날까지 아무 것도 모른 채 오는 26일 개막하는 물 축제에 맞춰 장흥 슬로시티 한마당잔치를 준비 중이었다. 한마당잔치는 장흥 슬로시티 홍보를 위해 준비부터 진행까지 주민들이 도맡고 있다.

탈락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주민들은 허탈함을 넘어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주민들은 "졸지에 한마당잔치에 오는 관광객들을 속이는 꼴이 됐다"며 "5년간 주민들의 온갖 노력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군은 그저 자신들의 잘못을 덮기 위해 주민들을 속이고 바보 취급했다"고 분노했다.

앞으로 장흥 슬로시티의 미래를 걱정하기도 했다.

정병택 산촌생태마을 이장은 "관광객 감소는 물론 슬로시티 로고가 사라지면 지역 친환경 농산물이나 특산품의 매출에도 큰 타격을 줄 것 같다"며 "그런데도 주민들에게 알리지도 않다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군을 감시·견제하는 장흥군의회 의원들도 이 같은 사실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일부 군의원들은 "충격적이다"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군이 쉬쉬하며 탈락 사실을 은폐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달부터 진행 중인 제194회 장흥군의회 제1차 정례회 본회의에서 '슬로시티 관련 군정 질의'를 고의적으로 누락시켰다는 것이다.

김복실 의원은 "본회의에서 슬로시티 재인증 심사 준비 과정 또는 결과를 묻기 위해 담당부서로 질의서를 보냈는데 '열심히 하겠다'며 관련 질문을 빼 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며 "이미 탈락된 상황에서 이 사실을 감추기 위해 의회는 물론 장흥 군민들까지 속이고 기만했다"고 말했다.

장흥군은 당혹스런 기색을 애써 감추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문봉대 장흥군 문화관광과 관광개발담당은 "심사를 담당했던 슬로시티 한국본부에 이의를 제기하고 올해 말 재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재심사를 요쳥한 상태"라며 "다시 인증 받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에 알리지 않았을 뿐 숨긴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설령 재인증을 받지 못하더라도 생각보다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연맹의 슬로시티 로고를 사용하지 못할 뿐 '슬로시티 장흥' 등의 명칭 사용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또 시설 사업이 거의 마무리된 만큼 상대적으로 예산이 적게 드는 체험 프로그램 위주로 슬로시티 마을을 관광명소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주민들의 경우 재인증 심사 기준이 지나치게 자의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상도 장흥슬로시티협의회 위원장은 "현장 실사도 없이 서면으로만 심사가 이뤄졌으며 탈락 이유도 '우리(유럽)가 생각하는 슬로시티 사업이 아니다'는 식이다"며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심사 기준이 아닌 이상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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