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먹거리·농촌 활성화 선순환, 체험장도 `인기'
담양군 담양읍 가산리에 자리잡은 (주) 파밍하우스가 그곳. `농사를 짓는 집'이라는 뜻의 이곳은 앞으로 무궁무진한 가치가 있는 농업의 활성화와 발전에 기여하길 원하는 회사의 목표가 담겨 있다고 한다.
지역에서 친숙한 `강동오 케익'이 모태인 이곳은 `농도'이자 `친환경 농업의 메카'로 불리는 전남지역에서 생산되는 쌀과 보리, 밀, 흑미 등의 원료와 복분자, 딸기 등 지역산 첨가재료를 사용해 50여 종의 빵과 케이크를 생산하고 있다.
여기서 생산된 제품은 홈쇼핑과 지점, 학교급식 업체 등에 납품하고 있다. 아직은 수입밀로 만든 빵에 길들여진 고객들의 입맛을 되돌려 놓기에는 힘이 부치는 것이 사실이지만 대한민국 `우리곡물빵' 전문점 1호라는 자부심으로 뛰고 있다.
파밍하우스가 여기까지 오기까지는 30년 가까이 제과·제빵 업계에 종사하면서 산전수전 다 겪은 `토종 제빵왕' 강준구(53) 대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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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강 대표는 빵과 숙명적인 관계에 있는지도 모른다. 형과 동생이 빵을 만드는 것을 보고 자신도 빵을 만들게 됐고 현재는 아내와 두 아들과 같이 빵 만드는 일을 함께 하고 있으니 빵 만드는 일이 가업이 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이 업계에서는 동생이 더 알려져 있었다. 지난 2002년 `제과기능장 전남 1호' 타이틀을 딴 동생은 `강동오 케익'이란 브랜드로 광주에 본사를 둔 토종베이커리를 설립해 가맹점이 30여 개나 될 정도로 잘 나갔다. 강 대표는 거기서 본부장을 맡아 동생과 함께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계속 잘 나갈 줄 알았던 사업은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점점 밀리더니 위기를 맞게 됐다.
"초창기만해도 지금의 유명 제과업체들이 그리 힘을 발휘하지 못했는데 대자본으로 물량공세가 계속되면서 점주들이 흔들리고 급기에 하나 둘씩 빠져 나가더니 결국 가맹점이 10여 개 밖에 남지 않았어요"
그 와중에 강 대표는 새로운 계기를 만들게 된다. 2007년 국내 최초로 쌀을 이용해 케이크를 만들어 전남도로부터 명품인증을 받게 되면서 기존과 달리 우리밀과 우리쌀 등 우리농산물만을 이용해 빵과 케이크를 만드는 농업회사법인 (주) 파밍하우스를 설립하게 되고 이듬해인 2008년 농림부 신지식인에 선정되게 된다.
"수십년간 제과, 제빵업계에 일하면서 수입원료를 이용해 만든 제품에 대해 아쉬움이 많았어요. 누군가 시작하지 않으면 꺼져가는 불씨를 살릴 수 없을 것 같아 우리지역에 생산되는 양질의 곡물을 이용한 제품을 만들게 됐습니다. 이것으로 농림부 신지식인까지 됐으니 수입산 원료로 제품을 만드는 것은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지요"
그의 도전은 이렇게 시작됐고 그는 이 길을 "죽을 길을 택했다"고 할 정도로 대기업과 수입산 곡물로 만든 제품에 길들여진 고객들을 잡기 위한 힘겨운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엄살이 아니다. 실제 기존에 10여 개 정도 남아 있던 가맹점들이 우리곡물로 만든 제품이 들어가면서 다 떨어져 나가고 현재는 2개 정도가 남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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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곡물로 만든 제품에 대한 생경한 맛을 고객들이 알아주기 위한 시간이 필요한데 당장 눈 앞의 돈만 생각하고 우리 농산물에 대한, 좀 더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소신이 없으면 오래 버티지 못한다고 한다.
"여러 차례 실험을 해봤는데 우리밀로 만든 제품은 3일 정도 되면 곰팡이가 생깁니다. 하지만 수입밀로 만든 것은 7일 정도가 걸리더군요. 무엇을 의미합니까. 어느 것이 더 우리 몸에 좋은 것일까요. 관리를 잘 해야하는데 그렇지 못해 항의듣고 불편해지고 결국 점주들이 3개월을 못 버티더군요"
점주들이 떠나가지만 강 대표의 소신은 변함이 없다고 한다. 돈도 중요하지만 우리농산물에 대한 소중함을 알고 좋은 빵과 케이크를 고객들에게 제공하면서 만족감과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가맹점의 우선 순위를 준다는 원칙이다.
강 대표는 `친환경 웰빙'이 보편화되고 있는 시대에 자신의 가치가 머지 않아 빛을 발할 것이라는 확신을 피력했다.
파밍하우스는 요즘 빵과 케이크를 만드는 일 이외에 체험학습 프로그램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2년 전 개장한 체험학습장에 가족단위나 단체 방문객 등이 줄을 잇고 있다. 파밍하우스가 우리 곡물로 만든 재료와 조리법을 제공하면 방문객들이 직접 케이크와 쿠키를 만들어 먹고 남은 것은 집으로도 가져간다. 여기에선 강 대표가 직접 우리 농산물에 대한 교육도 한다.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이 되돌아가 사이트에 체험후기를 올리고 이를 보고 또 다른 체험객들이 이어집니다. 인터넷 힘이 이렇게 대단한 줄 몰랐어요. 체험객들은 우리밀로 만든 케이크가 이렇게 맛있는 줄 몰랐다고 놀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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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체험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이 단순히 케이크를 만드는 것을 넘어 그동안 맛보지 못했던 우리쌀과 우리밀의 진면목을 느끼면서 `우리 것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더욱이 파밍하우스의 이 프로그램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벤치마킹을 하러 오는 곳이 많다고 한다. 지난달에는 우포늪 지역을 끼고 있는 경남 창녕군의 (주)생농이 체험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파밍하우스와 협약을 맺고 9917m²(3000평) 규모의 체험관이 들어서면 학습에 들어가는 재료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한다.
또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는 제주에서도 조만간 파밍하우스를 방문해 이 같은 체험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할 예정이어서 `우리곡물 빵, 케익만들기 체험학습'의 전국화에 가속도가 붙게될 것으로 보인다.
"`임실 치즈'같이 우리 프로그램이 전국 8도로 퍼져 나간다면 결국 우리밀과 쌀에 대한 인식이 더욱 좋아지는 것은 물론 우리지역 농산물이 다른 지역으로 가게되니 농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농산물로 만든 안전한 먹거리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해서 좋고 어려운 농촌도 함께 사는 선순환 구조이지요"
강 대표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천안의 호도과자처럼 전남의 대표 브랜드 빵을 전국에 보급하는 일도 구체화하고 있다. 이미 대나무골 담양의 운수대통길에서 착안해 `운수대통빵'제빵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받아 `빵틀'까지 완성했다. 또 심청골 곡성의 `효심이 빵'도 개발했다.
"지금은 힘들지만 결코 좌절은 없을 것입니다. 저와 같은 제2의, 제3의 `우리곡물 제빵왕'이 나와야 하는데 제가 꺾이면 우리 농업도 힘들지 않겠습니까. 제가 하는 지금의 일이 우리 농업의 미래라고 생각하고 일생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곡물 제빵왕'으로 우뚝 선 강 대표의 의지는 확고했다.이제 소비자들이 화답할 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