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이 열차가 어떤 경로를 거쳐 전남 나주의 옛 영산포역 광장 한 켠에 전시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안내판' 조차도 찾아 볼 수 없어 문화정책의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3일 나주시에 따르면 지난 2004년 3월부터 옛 영산포역 광장에 기관차와 석탄 공급용 화차로 각각 구성된 증기기관차 실증유물이 전시되고 있다.
이 기관차는 나주시가 지난 2003년 호남선 노선 조정으로 폐쇄된 옛 영산포역에 철도박물관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인천의 한 학교재단을 통해 무료로 기증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나주시가 추진하던 '영산포 철도박물관'은 타당성이 없다는 이유로 중간에 사업이 취소되고, 원형 그대로 보존된 역사 플랫폼과 조금 남은 철길 주변을 중심으로 현재 공원이 조성돼 있다.
이후 이 기관차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부실한 관리 속에서 두꺼운 도색이 벗겨지고 곳곳에 녹이 슨 채 고철로 변해가고 있다.
인천의 운봉공고 교정에 전시돼 있다가 2002년 광주비엔날레공원에 잠시 전시된 이후 나주로 옮겨진 이 열차에 대한 정확한 이력은 안타깝게도 확인할 수 없다.
기관차를 기증한 운봉공고(현 인천 하이텍고)측은 9년 전 일이라 교원이 많이 바뀐 현재로서는 기증배경 등에 관한 내용파악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나마 증기관차 보존차량 이력을 관리하고 있는 코레일 측에 의해 이 열차에 얽힌 짤막한 사연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관계자는 "옛 영산포역 광장에 전시된 증기기관차 미카는 국내에 몇 대 안 남아있는 희소성이 높은 유물로 평가받고 있다"며 "이 기관차는 일제강점기인 1930년도에 도입돼 1968년까지 운행됐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 기관차에 대한 자세한 내력은 6·25전쟁 영웅으로 추앙받는 백선엽 전 장군께서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당시 미카 기관차는 호남선과 경부선 등 한반도 전체 구간에 편성돼 운행됐다가 디젤기관차가 도입된 이후에는 전시 비축용 물자로 분류돼 운항이 중단됐으며 일부는 관광열차로 다시 이용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국철도차량 100년사' 책자에 수록된 증기기관차 미카는 현재 국내에 8대가 유일하게 보존돼 있는 것으로 기록돼 있어 희소성이 높은 실증유물임을 증명하고 있다.
이러한 까닭에 코레일측도 해당 기관차를 체계적으로 관리·보존하기 위해 관심을 갖고 있지만 '애매모호'한 소유구조 때문에 접근이 안 되고 있어 조만간 소유구조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에 들어갈 예정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증유물에 대한 역사적 가치와 시대적 재해석에 두 손 놓고 방치하고 있는 나주시는 예산부족 타령만 하고 있을 뿐이다.
나주시 관계자는 "증기기관차는 작년에 직영 인부 4명을 동원해 일부 도료를 덧칠 했고, 녹이 슬고 있는 플랫폼은 우선순위에 밀려 추경예산에서 제외됐다"고 궁색만 변명만 늘어놓았다.
시민 정모(42·여)씨는 "가치를 모르는 곳에 과분한 선물을 주신 것 같다"며 " 기증단체의 본래 취지에 맞게 관리를 잘하는 것이 도리일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