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읽는 건가요?” 외국어에 잠식된 한글 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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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읽는 건가요?” 외국어에 잠식된 한글 간판
  • /뉴시스·김양재 기자
  • 승인 2024.10.0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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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소규모 상점 외국어 간판 처벌 근거 없어
“정보전달 혼란·도시미관 해쳐…홍보·계도 강화를”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광주 광산구 쌍암동 한 상점가에 영어·일본어 등 외국어로만 표기된 간판이 걸려있다. /뉴시스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광주 광산구 쌍암동 한 상점가에 영어·일본어 등 외국어로만 표기된 간판이 걸려있다. /뉴시스

 

[광주타임즈]뉴시스·김양재 기자=“무슨 뜻이죠?”

지난 8일 오후 광주 동구 동명동 카페거리와 광산구 쌍암동 번화가 일대.

식당·카페·액세서리·옷 가게 등 상점 간판에는 영어·한자 간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일본식 꼬치구이(야키토리)가게, 동남아 음식점, 유럽 풍 카페 등 외국 느낌이 물씬 나는 음식점들이 눈에 띄었다.

20∼30대 젊은층을 겨냥한 이국적인 공간이 유행을 타면서 간판에도 현지 외국어가 적혔다.

반면 순 우리말이나 한글로 표기된 간판은 한식 식당을 제외하고 찾아보기 힘들었다.

일부 상점 간판에는 한글도 함께 적혔지만 간판 끄트머리나 일부 유리창에 작게 표기해 단번에 상호를 인식하기는 어려웠다.

현행법에 따르면 간판은 한글 표기가 원칙이다. 

옥외광고물법 시행령 제12조2항은 광고물 문자는 한글로 표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외국 문자로 표시할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한글과 병기해야 한다.

다만 건물 4층 이상에 설치되거나 면적이 5㎡ 이상인 간판만 허가·신고 대상인 탓에 소규모 상점 간판의 경우 처벌할 근거는 없다. 상호 자체를 외국어로 등록할 경우에는 외국 문자 표기도 허용한다.

광주 지역에도 간판 한글 표기를 요청하는 꾸준한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21년부터 올해 9월까지 광주 동구에는 간판에 한글을 표기해달라는 민원이 총 23건 접수됐다. 광주시에도 지난 5월 지역 초등학생들이 외국어 간판 인식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간판에 한글을 병기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최근 3년간 광주 지역 관련 옥외광고물법 위반에 따른 이행강제금 부과건수는 0건에 그쳤다.

광주 동구는 이달 중순까지 카페·상점 밀집 지역 내 외국어 간판 사용 업소 30곳을 상대로 한글 병기 간판을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외국어 간판은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시민들은 정보 제공을 하는 간판의 역할에 맞게 한글 표기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비교적 외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어린이·노약자들을 위한 한글 병기 배려는 필수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학생 이모(24)씨는 “외국 풍 인테리어가 이국적인 느낌을 주다 보니 인기가 많다”며 “그러나 간판이 정보 제공을 하는 창구인 만큼 시민들에게 친절한 한국어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9일 “무분별한 외국어 간판 사용은 도시 미관을 해치고, 정보 전달에 혼선을 줄 수 있다. 특히 비교적 외국어에 취약한 어린이·노약자는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공공기관의 한글 간판 사용 장려 홍보와 계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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