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타임즈=광타춘추]박상주 주필=올 한 해의 시작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9월의 초입이다.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제법 선선한 바람은 가을이 멀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것 같아 자연스러운 계절의 순리 앞에 절로 겸손해진다.
작금의 우리 사회도 큰 물줄기 속에 다수가 자연스러움을 바라고 있는지 모른다.
민주사회(民主社會)는 무엇보다 사람들이 자기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한다는 점이 장점일 것이다. 말(言)의 자유와 함께 결사 집회(集會)의 보장도 자유민주주의의 또 다른 혜택인데 최근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의 하나가 우리가 시민단체라고 얘기하는 NGO(비정부기구) 들의 만개이다.
한국의 시민단체는 민주화 이후 양과 질 모든 측면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사회적경제 등 새로운 형태의 시민 참여 활동이 늘어나고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청년들이 운동에 참여하면서 주체들도 확대됐다. 그러나 시민단체에 대한 사회적 신뢰는 계속 감소하고, 정치‧사회적 영향력도 약화하는 추세다.
매년 진행되는 기관 신뢰도 조사에서도 시민단체는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신뢰도 긍정 비율을 보면, 시민단체는 43.6%로, 대기업 54.5%, 중앙정부 53.8%의 신뢰도에도 미치지 못한다. 재벌의 특권, 정부의 무능이 수시로 도마 위에 오르는 상황에서 이들보다 더 못 믿겠다는 시민단체는 정확히 어떤 조직을 의미하는 것일까. 어쩌다 여기까지 온 것일까.
지금 이 나라가 수구니, 보수니, 진보니 하는 이데올로기 논쟁에 국력이 소모되고 있는 마당에 비교적 진보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시민사회 단체의 활동은 나름대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우리 사회가 제대로 굴러가는데 크게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는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너무 커져 건전한 비판이 수그러들고 그들의 의견에 반대하는 것이 곧 정의사회(正義社會)의 반대를 의미하는 듯한 이분법적 구도가 형성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조금씩 생기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수많은 시민사회단체가 경쟁하듯 생겨나 구각을 깨고 맑고 건전한 사회를 만든다는 데 대해 반대할 사람은 없지만 마치 그들의 목소리가 전체 주민의 뜻인 양 호도되는 부분도 없지 않고, 또 무소불위(無所不爲)처럼 비쳐지는 부분에 대해 상대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의견은 전혀 다르다는데 갈등의 여지가 잠복해있는 것이다. 또한 시민단체의 과도한 정치참여와 초 법화 된 운동방식은 필연적으로 시민사회 내부에서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편 가르기를 조장하게 되고 그 결과 시민사회의 통합보다는 분열을, 화합보다는 갈등을 양산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이렇게 될 때, 사회통합이나 신뢰와 같은 사회자본을 제공하는 시민단체의 순기능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즉 시민단체가 그들과 이념을 같이 하는 일부의 시민만을 껴안고 갈 때, 시민단체의 배타적 행위 노선은 그들과 가치를 달리하는 다른 시민들의 진입을 가로막는 하나의 장벽이자 규제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시민단체가 이익집단과 달리 정치적 중립과 순수성을 유지해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목적과 명분이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수단이 법 테두리를 벗어나서는 절대 안 될 것이며 침묵하는 다수가 던지는 정체성과 대표성 등의 문제 제기에 한 번쯤 신경을 써야 할 시점에 다다르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