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타임즈]광주소방안전본부 구조구급과장 최정식=여름에 나타나는 덥고 습한 날씨, 모기와 같은 해충, 뜨거운 햇볕 등 불쾌한 요소나 문제를 ‘여름철 불청객’이라 표현한다.
기온이 오르면 말벌의 활동이 왕성해진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7월부터 벌집 내 일벌 개체 수가 증가하고 8~9월에 왕성한 활동량을 보이는 말벌 습성상 이 기간에 벌집제거 출동이 빈번히 발생한다.
최근 3년간 광주지역 벌 쏘임 사고로 인한 사상자는 286명, 벌집 제거 출동건수는 1만1,184건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여름철(7~9월)에는 벌 쏘임 사상자가 229명(75.7%), 출동건수는 8,652건(77.4%)이 집중 발생했다.
꿀벌은 한번 침을 쏘면 죽게 되지만, 말벌은 여러 번 침을 쏘아도 죽지 않는다. 말벌 중에서 가장 큰 장수말벌은, 일명 노봉이라고 부르는데 독성과 공격력이 강해서 벌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들도 두려워하는 곤충이다.
우리에게 피해를 주는 말벌 중 상당수는 2003년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아열대종인 등검은말벌로 벌집 제거 출동의 22%를 차지하고있다.
통상 땅속에 집을 짓는 토종 말벌과는 달리 등검은말벌은 대부분 10~15m 높이의 도심 가로수나 전봇대, 아파트 지붕 등에 집을 짓고, 번식력과 공격성도 토종 말벌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에 시민들의 안전에 매우 위협적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실시한 말벌의 공격성향 실험결과를 보면 말벌은 노란색 등 밝은 계열의 색 보다는 검은색이나 갈색 등 어두운 색에 강한 공격성을 보인다. 특히 검은색 털이 있는 머리 부위를 집중 공격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벌집을 건드려도 20m 정도를 벗어나면 대부분의 벌들이 벌집으로 돌아온다.
이 불청객을 마주하지 않기 위해 산을 찾을 때는 피부를 완전히 덮을 수 있는 밝은 색의 긴 옷과 챙이 넓은 모자를 준비하고, 주변에 벌집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말벌은 냄새에 민감하기 때문에 향이 진한 화장품이나 향수는 유인할 수 있으므로 사용을 자제하고, 만일을 대비해 살충용 스프레이를 휴대하는 등 벌 쏘임 피해를 막기 위한 예방책을 준비하는 것도 잊지 말자.
가만히 있으면 집중 공격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말벌에게 계속해서 쏘이더라도 그 자리에서 빠르게 벗어나 안전한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
말벌 독침은 여러 번 쏠 수 있는 구조여서 피부에 독침이 남는 경우가 거의 없어 침을 제거할 필요가 없다.
말벌에 쏘이면 알레르기로 인한 과민성 쇼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쏘인 부위를 깨끗한 물로 씻고 얼음찜질 등 응급처치를 실시한 후 119에 신고하거나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
벌로 인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산행, 벌초, 야외활동, 가정에서의 벌 쏘임에 각별히 주의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벌집을 발견하면 직접 제거하려 하지 말고, 반드시 119의 도움을 받아 안전한 여름을 보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