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호, 예견된 타이중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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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중일호, 예견된 타이중 참사
  • 광주타임즈
  • 승인 2013.03.0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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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거 등 주축 선수 합류 불발
정보수집·전력 분석 등 준비도 미흡

사상 첫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정상에 도전했지만 류중일호가 받아든 성적표는 첫 예선탈락이었다.
대표팀 구성 출발부터 분위기는 묘하게 흘러갔다.
류현진(LA 다저스), 추신수(신시내티) 등 새롭게 팀을 구한 메이저리거들은 차치하더라도 김광현(SK), 봉중근(LG), 김진우(KIA), 이용찬, 홍상삼(이상 두산) 등이 줄줄이 부상으로 쓰러지면서 불참을 선언했다.
예비 엔트리에 선발됐던 투수 중 무려 6명이나 새 얼굴로 교체된 셈이다. 새로운 멤버들은 소속팀 스프링캠프에서 몸을 만들다가 부랴부랴 대표팀에 합류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애초 WBC에 집중하던 선수들보다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어수선했던 분위기 탓인지 이번 대표팀에는 유독 준비가 되지 않은 투수들이 많았다.
류현진, 김광현의 자리를 대신해 줄 것이라고 굳게 믿던 장원삼(삼성)은 희비가 갈린 대만전 8회초에 나온 것이 전부였다. 지난 시즌 리그에서 가장 화려했던 장원삼이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요긴하게 쓰일 것 같던 윤희상(SK)과 유원상(LG)도 컨디션 조절에 실패, 자취를 감췄다.
빈약한 투수진과는 달리 역대 최고라고 각광받던 타선 또한 기대를 저버렸다. 타자들은 대만 입성 후 6차례 연습경기에서 좀처럼 힘을 내지 못했다. 대회 조직위원회가 지정해 준 대만 군인 올스타, 대만 실업 선발과의 공식 연습경기에서는 고작 2점을 얻는데 그쳤다. 이때부터 불안의 조짐이 보였다.
특정 포지션에 집중된 야수 선발은 운신의 폭을 스스로 좁힌 꼴이 됐다. 류중일 감독은 내야진을 1루수와 유격수 3명, 2루수와 3루수 1명으로 꾸렸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이지만 이 선택은 실패로 돌아갔다.
2루수 대체 요원이 없어 부진한 정근우를 끝까지 끌고 가야 했고 3루수 최정(이상 SK)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진 자리는 유격수 강정호(넥센)로 메울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네덜란드와의 첫 경기에서 0-5로 영봉패했다. 당연히 이길 것이라고 여겨졌던 네덜란드에 지면서 선수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과정이 좋지 않았다. 질 때 지더라도 점수차를 최소화해야 했지만 따라 붙기는 커녕 오히려 추가 실점만 늘어갔다.
코칭스태프의 대처도 허술했다.
경기를 뒤집지 못한다면 실점을 막는데 주력해야 했지만 투수 교체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였다. 적극적인 공격 의사 역시 보여주지 못했다. 네덜란드전 5점차 패배는 조기 탈락의 결정적인 단초로 작용했다.
상대팀에 대한 정보의 부족도 탈락을 부추겼다는 평가다. 1승 제물이라던 네덜란드는 뚜껑을 열자 강호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짜임새를 선보였다. 네덜란드는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던 라이언 사도스키에게 한국의 정보를 전달받고 면밀히 분석, 한국과 대조를 이뤘다.
발등에 불이 붙은 한국은 4일 호주전 승리 후 5일 마지막 대만전에서 기적을 노렸다.
반드시 5점차 이상 승리가 필요했던 한국은 오히려 시종일관 주도권을 내주며 끌려다니다 강정호의 투런포로 간신히 자존심을 세웠다. 한국의 3회 WBC 마지막 경기는 승리로 끝이 났지만 웃는 이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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