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특별수사체계개편추진TF(팀장 이동열)팀은 지난 1~개월간 전국 검찰청에서 정부 보조금 비리를 집중 수사한 결과 70여개 업체·단체가 631억여원의 보조금을 허위수령한 사실을 적발하고, 312명을 입건해 이 중 93명을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보조금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특정산업 육성 및 기술개발·향상 등을 목적으로 시설자금이나 운영자금 등을 보조하는 지원금이다. 정부가 무상지원한 보조금은 지난해 46조4900억원으로 국가 예산의 14%에 달하지만 허위 서류를 제출하거나 보조금을 횡령하는 수법으로 나랏돈이 줄줄 샌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수사 결과 정부보조금이 '눈 먼 돈',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허술하게 집행됐다고 지적했다. 지원 명목이 수백개에 이르고 사업별 지원요건이 천차만별인 점, 검증 체계가 미비한 점도 한몫했다.
보조금을 부정수령한 것은 대학 총장 등 사회지도층부터 농어민에 이를 정도로 다양했고, 생활비나 카지노 도박자금, 주식투자비, 변호사비용 등으로 사용하는 등 모럴 헤저드도 심각했다.
특히 지자체장으로 당선된 뒤 선심행정 또는 토착세력 유착으로 무분별하게 집행된 사례가 많았다. 담당 공무원이 업자·브로커들과 결탁해 금품을 수수하는 등 관리·감독의 문제점도 확인됐다.
유형별로는 산업기술평가원 등의 정부지원금, 사회일자리창출 지원금, 시민·사회·종교단체 보조금, 사회복지시설 지원금, 국가균형발전 보조금, 지역특화사업 보조금, 대학 관련 국고보조금, 신용보증기금, 생계비·실업급여 보조금 등으로 안전지대가 없었다.
실제 검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여행전문업체 A사는 2008년 9월~2010년 8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사회적 선도기업(돌봄여행사업)으로 선정돼 받은 국고보조금 10억원과 민간대응투자금 10억원 등 20억원을 카지노업체 주식 매입 등을 사용했다.
서울 서초구 건설장비업체 B사는 2011년 8월~지난해 1월 수도권에 공장이 없는데도 전남도청 소속 투자유치자문관 등과 짜고 허위 공장 임대차계약서를 만들어 공장을 전남 영광군으로 이전한 것처럼 속였다. 이어 100억원을 투자할 것처럼 해 '수도권기업 이전지원 국가균형발전 보조금' 7억7000만원을 챙겼다.
김제시 수박가공업체 C농원은 농림부 향토사업 육성사업 일환인 '김제시 수박가공사업' 관련 보조금을 신청하면서 공사계약서를 부풀리거나 자부담금 지급내역을 조작해 10억원을 받아냈다. 이같은 수법으로 지자체 지역특화개발사업 보조금을 챙긴 사례는 전국적으로 수십건에 달했다.
대구 달서구 D대학은 교육부의 '전문대학 교육역량 강화사업' 국조보조금 지원대학 선정지표인 '정원 내 재학생 충원율' 및 '취업률'을 실제보다 부풀려 국고보조금 23억여원을 가로챘다.
이에 따라 검찰은 보조금 비리를 엄단하기 위해 감사원·보건복지부·국세청·금융감독원·각급 지자체 등 유관기관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비리는 끝까지 추적해 엄단함으로써 같은 유형의 범죄가 반복되는 폐단을 근절키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보조금 운영과 관련한 정부 유관기관 합동 점검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은 보조금 비리가 중한 범죄임에도 가볍게 처벌되는 문제를 해결하게 위해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범죄수익을 철저히 박탈해 범죄유인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며 "국가 예산 등이 투명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