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여론·네티즌 “이미지 실추” vs “단순 실수” 갑론을박
특히 개최지 결정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3개월여간 잠잠하던 정부가 검찰고발 방침을 공론화하는 등 국제대회 유치를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광주시에 `태클'을 걸고 나온 것을 놓고 각종 의혹마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치 의향서 초안이 국제수영연맹(FINA)에 제출된 시기는 지난 4월 2일, 정부가 대회 유치 보증문서에 들어간 김황식 전 총리와 최광식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사인이 위조됐다는 사실을 안 시점은 4월26일이다.
당시 광주시가 지난 4월2일 국제수영연맹에 낸 정부 보증서는 ‘한국 정부가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버금가는 재정 지원(1억달러)을 할 계획’이라는 내용으로 문체부는 국제수영연맹 현지 실사단의 정홍원 국무총리 면담(5월1일)을 앞두고 광주시의 자료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위조 서류를 발견했다.
문체부는 곧바로 강운태 광주시장을 공문서 위조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할 방침을 세웠고, 이후 광주시는 관련 보증서를 파기하고 대신 정부의 동의를 얻어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내용의 문서(중간본, 최종본)로 대체했다.
이후 이 문제는 수면아래로 가라 앉았다. 광주시의 대회 유치전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19일 막판 개최지 결정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일부 언론 보도에 이어, 문체부는 강 시장에 대해 검찰고발방침을 공식화했다.
문체부는 당시 세계수영대회 유치가 국내 수영 등 스포츠 발전을 위한 이벤트로 의미가 있다고 판단해 개최지 선정 발표 이후로 고발을 미룬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3개월간 쉬쉬하다 개최지 결정 당일 '사인 위조' 사실과 함께 고발 방침을 확인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졌다.
이를 두고 광주시는 강하게 반발했고, "왜 하필 이 시점이냐"며 그 배경에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지난 19일 오후(현지시간) FINA 총회 직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초기 실무진의 실수로 전 총리 사인이 유치의향서 초안에 스캔됐다"며 "4월 초안을 제출할 당시 이 문제가 발견돼 5월 실사단에게 제출한 수정본이나 6월 최종본에는 (이 점을 바로잡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강 시장은 이어 "지난 4월에 문제됐던 것이 왜 개최지 최종 결정을 5시간여 앞두고 언론에 보도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경쟁도시인 헝가리는 총리까지 나서 유치전을 벌이고 있는데 대한민국 정부는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재윤 국회 국제경기특위 위원장도 이 날 "일단 대회를 유치하고 난 뒤 발표를 했어야 할 사안인데 정부가 지혜롭지 못하다"며 "사전에 해결하든지 아니면 그 뒤로 미루든지 할 것이지 개최지 결정 3시간 전에 정부 관계자가 흘린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같은 입장 `돌변'에 대해 갖가지 말들이 무성하다.
이같은 배경에는 정부가 광주시의 국제수영대회 유치를 미리 염두해 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국비 예산 지원은 없다는 것을 사전에 못박기 위한 `선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문체부는 그동안 올림픽, 아시안게임, 유니버시아드,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 등 세계 5대 국제체육행사 이외에 예산지원을 없다는 점을 강조해왔으며, 이번 사건이 공론화되자 곧바로 대회 예산 지원 철회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또 이번 공문서 위조논란으로 향후 예상되는 법적 분쟁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선 사사건건 지역의 현안에 대해 문체부에 대립각을 세우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강운태 시장을 죽이기 위한 것 아니냐'는 말들까지 나오고 있다.
강 시장은 올 5·18행사를 앞두고 논란이 됐던 `임을 위한 행진곡'의 국가기념곡 제정의 목소리를 강하게 내는 등 정부를 향한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해 왔다.
일각에선 정부가 오는 2015년 개관 예정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운영주체를 특수법인으로 하려는데 대해 광주시가 문화전당을 문화부 소속 기관으로 해야 한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불거진 양측의 갈등이 이번 사건에서 강 시장이나 광주시의 길들이기로 표출됐다는 시각도 있다.
광주시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 4월 직원 실수로 총리 사인이 잘못된 것을 알고 시는 이를 즉각 시정했고 국무총리도 국제연맹 관계자들과의 면담에서 시의 대회 유치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뒤늦게 입장을 바꾼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문체부는 3개월간 침묵했던 방침을 왜 돌연 바꾸었는지에 대해선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문체부는 우리나라 수영발전이나 스포츠 발전을 위해 세계수영선수권대회의 유치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위조부분은 분리해 대응하기로 방침을 정했으며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하며 국비 지원 약속도 철회할 뜻을 밝힐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정부와 광주시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 민심도 분분하다.
참여자치21은 이날 보도 자료를 내고 "공문서를 위조하면서까지 국제 대회를 유치하고자 하는 광주시와 강운태 시장의 행위는 결코 시민을 위한 것이라 할 수 없다"며 "이는 내년 지방선거 재선을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겠다는 강 시장의 과욕의 결과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내년 지방선거 재선을 앞두고 국제대회 유치에 목을 맨 강 시장의 집착이 결국 광주시의 명예를 국제적으로 실추시켰다"며 "철저한 진상규명은 물론 관련자를 엄중하게 문책하고 이번 사태의 최종 책임자이며 광주시민의 명예를 실추시킨 강 시장이 공식적으로 사죄하고 정치적 책임을 져야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일부 시민들은 문체부가 대회유치 발표 당일 공문서위조에 대한 검찰고발을 발표한 것을 놓고 새로운 형태의 호남 죽이기 또는 호남 차별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태원(44)씨는 "공문서위조 사실을 지난 4월 알게 된 문체부가 이에 대해 즉각적인 조치를 하지 않고 대회 유치 발표 당일 터트린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호남과 민주당 단체장을 흠집 내어 호남을 고립시키기 위한 정치적 계략"이라고 주장했다.
인터넷 상에서도 대회 유치 성공을 축하하거나 공문서 위조를 비난하는 의견으로 엇갈리고 있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건가', '사기 쳐 유치한 광주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광주시장과 관련자들은 구속 수사해야 한다'며 공문서를 위조한 광주시와 강 시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일부 네티즌들은 '정부가 딴지', 광주 세계수영대회 유치, 반가운 일이다'며 대회 유치 성공을 축하하기도 했다.
또한 아이디 'gks2828'은 '광주세계수영대회 이래도 욕, 저래도 욕. 대한민국에서 광주 사는 게 죄가 되는 군'이라며 이번 논쟁이 또다시 지역 비하나 폄훼에 이용되고 있는 점을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