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만에 공개’ 보안사 5·18사진첩, 진압 왜곡·은폐

시민군 사망 감추고 군 장갑차도 시위대 운행 둔갑
“수사·재판에 악용할 자료 의도적 편집했을 가능성”
“보안사 대공처 지휘관 행적 맞물려 면밀한 조사를”
2019. 12.02(월) 17:15

보안사 사진첩에 담긴 5·18민주화운동. /박지원 의원실 제공
[광주타임즈]5·18민주화운동 39년 만에 공개된 ‘보안사령부 5·18 사진첩’의 내용을 두고 당시 사진첩 생산·관리 주체인 보안사 대공처의 만행이 다시 드러나면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보안사가 군에 불리한 사진을 빼거나 사진 관련 내용을 왜곡한 것으로 드러나 1980년 5월 전후 보안사 지휘관의 행적과 맞물려 사진첩 제작 목적·관리 경위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일 5·18기념재단과 5·18연구진에 따르면, 최근 대중에 공개된 보안사 5·18 사진첩 17권 중 13권(5~17권, 1769매·중복 포함) 표지엔 ‘증거물 사진, 393-1980-연번(3처), 정통실(정보통신실 약자)’이라고 적혀 있다.

괄호에 적힌 ‘3처’는 보안사 대공처를 뜻한다. 보안사 대공처는 1980년 당시 정권 찬탈용 특수 공작과 무력 진압, 민주 재야인사 강압 수사 등을 총괄했다.

사진첩 일부는 보안사 대공처가 특수 공작으로 무력 진압을 정당화하고 관련 증거를 철저히 왜곡·은폐한 정황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첩 7권 51쪽·8권 20쪽 등에 수록된 ‘시위대가 끌고 다니다 버린 장갑차(5월24일)’란 사진은 군에 불리한 사실을 왜곡한 정황으로 볼 수 있다고 5·18연구진은 분석했다.

사진 속에 나온 ‘캐터필러 궤도로 된 장갑차는 계엄군만 몰았다’는 뜻이다.

항쟁 당시 군이 지휘체계 이원화(보안·특전사령관 별도 지휘)를 은폐하려고 했을 것이란 추론도 나온다.

80년 5월24일 오후 2시 광주 송암동에서 ‘지휘체계 이원화에 따른 오인 사격’에 따라 공수부대원이 대량 희생됐고 ‘장갑차가 파손된 군 기록이 있는 점’으로 미뤄 발포와 비공식 지휘체계를 숨기려 한 정황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80년 광주를 두 차례 찾은 이학봉 대공처장 겸 합동수사단장이 송암동 오인 사격의 경위를 조사한 뒤 전투기 출격을 취소시켰다는 증언이 나오는 등 보안사가 사실상 5·18 진압 작전을 지휘했다는 증언은 차고 넘친다.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지시를 받은 이 처장은 집권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이는 인사들을 ‘국가 기강 문란자’와 ‘권력형 부정축재자’로 날조해 ‘끼워 맞추기식 수사’를 이끌기도 했다.

이 처장은 군의 투입을 정당화하기 위한 왜곡 논리를 생산·유포한 ‘편의대(군 기록상 511명가량 추정, 사복 차림 군경)’ 운영을 총괄하기도 했다.

사진첩에 기록된 설명 대부분이 ‘광주시민을 폭도로, 광주를 폭동의 도시로 날조’했고 당시 사진·영상에 남겨진 시민을 강압 수사·고문한 증언 등으로 미뤄 보안사가 ‘수사·재판에 악용할 사진 자료를 의도적으로 편집해놓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는 ▲사진첩 날짜·내용이 다수 왜곡된 점 ▲경찰 사망자 옮기는 장면은 광주가 아닌 서울로 보이는 점(80년 서울역 시위 채증 당시 사진과 같음) ▲보수 논객 지만원 씨가 북한 특수군이라고 주장했다 패소한 일명 광수 사진과 같은 사진이 다수 확인된 점 등이 뒷받침하고 있다.

▲편의대 활동이 의심되는 사진 촬영 각도와 가려진 부분이 있는 점 ▲김대중 내란음모죄를 씌운 흔적(9권) ▲정훈 활동 일지서 역사 왜곡 ▲군이 연출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일부 사진 등도 군의 날조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진첩 7권 42쪽 등에 기재된 ‘시위대들이 탈취한 무기를 분배하고 있는 모습(5월21일, 사직공원)’은 장소·날짜(전남도청·22~23일)가 잘못 기록됐고, 특정일에 무장하지 않은 시민을 무장했다고 왜곡한 정황 등도 다수 확인됐다.

특히 보안사가 5·18의 참상을 여실히 드러내는 사진을 감춘 정황도 드러났다.

보안사는 80년 5월27일 도청 진압작전 직후 촬영·채증·수집한 사진 5장 중 시민군(윤상원 열사로 추정)이 총상으로 사망한 모습이 담긴 1장을 이번 사진첩에 누락했다.

김희송 전남대 5·18연구소 연구교수가 확보한 계엄사 ‘광주시 진입작전상보’에 별지로 첨부된 사진은 5장(4장은 이번 사진첩과 같은 사진)을 모두 담고 있다.

이 문서엔 ‘계엄군이 도청 진압 작전 때 특수탄(섬광 수류탄)을 이용해 폭도 200여 명을 무력화시키고 4명을 사살했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어 특수탄 사용이 교차 검증됐다는 평가다.

이번 사진첩에서 정권 찬탈과 무력 진압의 명목을 확보키 위한 군의 왜곡·은폐 정황이 재입증된 만큼, 보안사의 역할·위상과 지휘부의 행적을 토대로 향후 진상 조사를 이어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수만 전 5·18 민주유공자 유족회장은 “군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진을 모두 은폐했다. 보안사 사진첩의 실제 촬영자와 촬영 목적·관리 경위 등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5·18기념재단은 3일 오후 2시 옛 전남도청 별관에서 이번 사진첩 정밀 분석 설명회를 연다.
/광주타임즈 gjt252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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